20년 전, 미취학 아동 시절, 세상 모든 집이 우리 집과 같고, 모든 시골이 나의 시골과 같다고 생각할 때.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상하지는 않은 저의 시골은 친가와 외가 모두 전남 담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읍내에서부터 시골집까지 들어가는데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길이 꽤 많았고, 거기에 더해 친가와 외가 모두 오래전부터 지내오던 구옥을 수리에 수리를 거쳐 거주하고 계셨기에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던 대청마루에 쇠꼬챙이 같은 자물쇠로 잠가야 하는 문고리, 화룡점정으로 집 밖, 대문 옆에 위치하던 푸세식 화장실까지 있던 근현대 역사 교과서에 참고 사진으로 들어갈 법한 말 그대로의 ‘시골 할머니 집’이 저의 시골집에 대한 디폴트값이었습니다. 특히 다해서 20가구가 넘지 않을 규모에, 앞뒤로 대나무밭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믿거나 말거나지만 일제시대 때 마을을 발견하지 못해 전쟁에 대한 피해가 없었다는 저의 외가는 전기도 자주 끊겨 시골만 가면 TV, 만화영화는 물론 조금 자라서는 휴대전화 전파도 잘 잡히지 않던 지역이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유년기, 학창 시절 ‘담양’에 대한 기억은 가면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골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뒤 친구들과 근교 여행을 시작으로 이곳저곳 여행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갓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님의 걱정을 덜고 쉽게 여행할 수 있는 곳으로 각자의 시골집 여행을 선택하였고, 그중 서울과 거리가 가장 멀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시골집 방문이 목적이 아닌 여행으로서의 담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자연에 대한 인식도 크게 영향이 있었겠지만, 여행지로서의 담양은 이전에 제가 기억하고 생활했던 공간과 매우 달랐습니다.

간단하게 휴식하고 오자고 시작한 여행은 죽녹원이나 소쇄원 같이 계획했던 유명 관광 장소를 모두 구경한 후에도 밤늦도록 거리를 걷고 시내를 구경하는 그야말로 패키지여행을 넘어서는 일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없어 담양 군청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받아왔습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던 공간은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었는데, 아직도 이유는 모르지만 담양읍에서부터 곳곳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많이 심겨 있습니다. 그중 나무가 모여져 심겨 있고, 가장 유명하게 알려진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은 친가를 가기 위해서 항상 거쳐야 했던 길이었기에, 여행을 기획하면서도 가장 감흥이 없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여서 섣불리 구경하지 못했던 공간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산책로로 조성해두어서 그때 방문하니 새삼스레 처음 보는 여행지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골집 창고에서 가져온 자전거를 타고 구경하던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은 마치 해외 어딘가 숲속을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요즘 담양에 대한 인식은 관광 휴양도시로 변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이런 기억이 있었지.”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여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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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to: 20년 전 하나도 재미없게 느껴졌던 담양에 대한 기억이 바뀐 것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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