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웅대한 청동검과 생명수 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
좌우로 국/외국군, 국민방위군, 유격대, 학도병 등을 묘사한 원호형 조각군상이, 발걸음 한 이들을 묵묵히 맞이한다
담청색 하늘 아래로, 서구의 고전주의를 모티브 삼아 좌우대칭·축의 설정을 강조한 본 건물이 보인다.
본관 2층, 메인전시장으로 향하는길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기획 전시실”이 보인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 기념, 그 날 하워드 카터가 마주한 그 놀라운 순간으로 들어가 봅니다.

여러분은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 “파라오”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감히 예상해보길 람세스(2/3세), 클레오파트라(7세), 투트모세(3세) 그리고 본 글에 주인공인
투탕카멘정도를 생각하실 겁니다.

그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 투탕카멘의 유물 전시회
‘투탕카멘-파라오의 비밀’ 특별전에 방문했습니다.

고전 이집트어 해독의 시발점으로 평가되는 로제타 스톤의 일부분

기원전 1250년 중국 대륙의 군주를 아시나요? 아니면 기원전 7세기 동슬라브족의 지배자를 아시나요,
우선 서술하고 있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보통 고고학이라 하면 따분하고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져 흥미를 느끼기 쉽지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심지어 약 8,700km 떨어진 머나먼 이집트 고대 군주, 더 나아가 그 고고학에 묘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걸까요?

하워드 카터의 ‘절박한 시도’ 왕묘의 탐사

그건, 아직 유일하게 밝혀지지 않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대 피라미드의 비밀, 그리고 혼란스럽고 무질서 속 밝혀지지 않은 역사가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매력이 그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투탕카멘 무덤, 첫번째 방인 전실을 재현해 놓은 모습
암소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소파, 죽은 자의 왕국에서 음식을 저장하는데 사용될 달걀모양의 흰색 그릇등 각종 사물을 재현해 놓았다.
매장실(현실), 발견당시 투탕카멘의 미라를 보호하고 있던 3개의 관을 재현해 놓았다.
보물의 방, 별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자칼의 형상을 한 죽은자를 사후 세계로 안내하는 아누비스의 상이 보인다.

투탕카멘은 지금 그 화려한 명성에 비해 사실상 업적도, 존재감도 없는
별볼일 없던 비극의 파라오라고 평가됩니다.
왕권이 약화되었을 어린 나이(10~11세)에 왕위에 즉위했으며,
선왕이 죽자 국교가 바뀌었고, 즉위 4년 만에 ‘투트 앙크 아텐‘ 에서 ‘투트 앙크 아멘‘ 으로 왕명을 개명 당했고, 너무 어렸던 그는 국정의 실권도 제대로 쥘 수 없었으리라 추측됩니다.
무덤에서 130개 가량의 지팡이가 나올 정도로 어릴 때부터 발을 절며 몸이 병약했고,
20세 이전, 젊은 나이에 미스테리한 의문을 남기고 요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장실(현실) 북쪽에 있는 벽화로, “투탕카멘의 입을 여는 의식”을 행하는 장면
사당 내부,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이 누워있던 관의 위치와 모양을 도면으로 표현
석관을 싸고 있던 사당의 벽면 무늬
투탕카멘의 미라를 보호하고 있던 황금 관
순금 약11kg가 들어간 정면에서 본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투탕카멘을 기억할까요?
첫째, 아이러니하게도 별 볼 일 없었기 때문에 도굴 당하지 않았으며, 이어 수많은 유물이 3천년동안 매장 당시 그 모습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었고, 파라오의 무덤이 모여 있는 ‘왕가의 골짜기‘에서 도굴 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된 왕묘가 투탕카멘의 무덤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파라오의 장기를 보관하고 있던 카노푸스 단지

둘째, 그의 미스테리한 죽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킬 소재로 충분했고
셋째, 각종 미디어, 심지어 국내 모 테마파크 어트렉션인 ‘파라오의 분노’의 테마로 이용되는
‘미라의 저주’ 혹은, ‘파라오의 저주’로 알려져있는 괴의한 소문의 출처이기 때문이라 사료됩니다.

투탕카멘의 왕좌

아쉽게도 모든 전시품은 비록 진품이 아닌 레플리카이지만,
이집트 정부의 지원으로 과학자, 장인, 무대예술가 등 수많은 전문가가 1300여점에 달하는 유물을
당시 상태 그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작하여, 진품들의 실제 물리적 상태를 거의 그대로 경험 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100년 전 유물 앞에 당면한 하워드 카터가 경험했을 그 희열과 흥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본관을 나오면 보이는 광활한 평화의 광장

아쉽게도 본 기획/특별전은 이미 종료되어 언제 다시 곁으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용산 전쟁기념관 국내 유일한 군사 관련 종합박물관이며 동시에 아시아 최대의 군사박물관입니다. 또한 옥외 전시장, 전쟁의 극한 상황을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쟁체험실, 그리고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을 조명하는 조형물과 마음이 숙연하게 되는 호국영령들의 명비를 보며, 전쟁의 희생자들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터전 위에 우리의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용산 전쟁기념관에 한 번 방문해보시길 조심히 권해봅니다.

“거기 봉인된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자 우리 앞의 수십 세기가 사라졌다”

-Howard Carter-

Contribu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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